항상 바쁜 딸과 아들로 외로우실 오마니와 연극 [민자씨의 황금시대]을 보러 갔다. 황정민씨의 생선비늘 광택드레스...하나쯤 갖고싶다. 철수역을 맡은 박정표씨의 귀여운 뻣뻣댄스~
양희경과 황정민의 더블 캐스팅이었는데 어머니가 친숙해하실 양희경 캐스팅은 아니었다.
(나는 TV나 영화에서 보기 힘든 배우를 연극에서 발견하는 게 더 좋지만)
딸을 버리고 간 어머니 민자씨와 그 일로 상처를 입은 딸 미아가 10년만에 한 지붕에 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결국에는 딸이 엄마를 용서하고 이해한다는 등의 확실한 클라이막스보다는...
이왕 벌어진 일 어떻게든 잘 살아보자는 'Let it be'식의 느낌이랄까.
오히려 현실적이긴 하지만 덕분에 연극의 묵직한 힘은 약하다.
신파가 아닌 것은 좋지만 힘을 너무 빼다보니 각 이벤트가 병렬적으로 보여서 중심사건이 희미하기도 하다.
'캬바레-공원 벤치-딸 미아의 집'의 세 공간이 뭔가 부산스럽게 바뀌는데...
민자씨와 캬바레 신인 사라의 신경전, 미아와 철수의 줄다리기, 엄마와 딸 미아의 갈등이 각 장소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3개 갈등의 연계가 약해서 각기 독립적 사건처럼 보이고, 엄마와 딸의 화해가 핵심 사건이긴 한데 민자씨에 대한 애증을 보이는 사라와 미아를 짝사랑하는 철수 이야기가 엄마와 딸의 관계로 수렴되질 않는다.
덕분에 철수는 애매하게 미아를 쫓아다니다 차인 착한 청년의 역에서 공연내내 캐릭터의 진화가 없다.
세 개의 공간, 세 개의 갈등이 소통하는 도구를 조금 더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역시 배우들은 좋다...
매번 연극 매니아들의 추천이 있는 작품을 띄엄띄엄 찾다보니 배우에게서 실망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이건 양희경씨...양희경씨의 연극무대도 꼭 보고싶긴한데 재관람은 글쎄...
민자씨처럼 철딱서니 없는 어머니는 감당못하겠지만 나이에 구속되지 않은 발랄함이 탐난다.
우리 어머니들도 '늙었다'는 단어에 스스로 감옥을 만들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맘껏 즐길 수 있으셨으면 좋겠다.
부모님, 특히 노쇠해지는 육체에 무력감이나 우울함을 느끼시는 시기라면 자식들과 함께 보기 괜찮다.
이왕이면 모녀지간이 좋고 눈물 펑펑 쏟을 신파는 아니니 부모님 맘 아릴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