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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2 23:02
[즐거운 보고듣기]
안동 이씨 종갓집의 망나니 형제 석봉이와 주봉이가 아버지 장례식 때문에 돌아와서 정신차린다는 내용.
말썽쟁이 자식들이 부모님의 병환이나 장례식때문에 귀향해 멀쩡한 생각을 하게 된다는 상투적인 극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극에서는 웃음이나 눈물을 유발하는 코드가 거의 유사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자식들의 엉뚱하고 무례한 행동들과 가족 및 친지들의 보수적인 사고가 부딪히면서 웃음 코드가 나오고, 귀향한 자식들이 부모님의 깊은 속내를 뒤늦게 깨닫는 과정에서 눈물 코드가 나오곤 한다.
그 상투성이 싫다기 보다는 나는 이러한 눈물 코드에 어김없이 강하게 걸려든다는 것이 좀 꺼려진다. 결국 진빠지게 울어버릴 것도 뻔한 결과일텐데...
PMC자유소극장 정면. 주의사항: 화장실이 협소하니 오기전에 좋은 곳에 들러올것~
도대체 포스터는 왜 저렇게 만들어놓은걸까...박정환씨만 없었으면 안봤을지도 몰라.
[형제는 용감했다] 역시 그 코드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석봉이와 주봉이는 아버지 장례식에서 먼저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야박했던 아버지를 원망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겪고 결국은 아버지의 깊은 마음을 깨닫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스토리의 뼈대는 어차피 다 유사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거다. 그 뻔한 스토리를 어떻게 참신하게 전개시키는가, 어떠한 소품을 배치하는가, 어떤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겠지.
석봉역은 [오디션] 초연에서 리더역과 [미친키스]의 장정역을 맡았던 박정환씨가, 주봉역은 송용진과 정동현의 더블 캐스팅이다. 송용진씨는 헤드윅(일명 송드윅)으로 유명하고 CUBA라는 밴드의 보컬로 홍대에서 종종 공연을 하기도 하는 멋진 목소리의 락커이다. 사실 보고 싶었던 건 송용진씨였지만 공연을 본 뒤로 정동현씨의 명랑하고 귀여운 춤사위가 눈 앞에 아른아른~
좋은 공연이었다. 처음보는 얼굴 정동현씨와 딱 맞아떨어지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조연분들까지...
공연을 보고 나오는 나는 웃고 우는 시간에 지쳐서 온 몸의 진이 빠진 것 같았다. 기운빠진 팔을 훠이훠이 겨우 흔들며 나와서 친구와 공감한 것은 주봉이 역의 정동현씨의 매력...(역시 결국 남자 주연배우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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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씨와 안면이 있는 동호회분들이 많이 계셔서인지 관객석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공연을 맘껏 즐기는 관객은 연극배우들에게도 고마운 사람들일게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커튼콜에서 배우들은 관객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번쩍 들어보였고 정동현씨는 오버스러운 춤사위를 보이며 관객의 호응에 답했다. 그 춤사위에 동료 배우들도 뭔가 웃긴다는 반응이었는데 그 모습도 재미있었다.


